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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강남 스타일’에서 김밥까지

싸이가 부른 ‘강남 스타일’의 위력은 대단했다. 미국 전체가 난리였다. 인기 절정일 때는 하루에 한두 번은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같다. 미국 라디오 음악 방송에서 한국 노래를 듣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강남 스타일 열풍’ 소식을 전하던 뉴스 앵커가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였다. 미국에서 ‘K팝’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강남 스타일’ 상륙 이후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10여년의 세월이 지나 이제 ‘K’라는 이니셜은 ‘한국 것’의 상징이 됐다. K팝을 넘어 다양한 종류로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 요즘엔 K푸드, K뷰티, K드라마, K무비, K패션 등 수 많은 분야가 K라는 이니셜로 소개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한국 것’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덕이다. 이미지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흔한 골목길 분식 메뉴인 김밥도 화제가 될 정도다. 이젠 어딜 가도 어렵지 않게 ‘한국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문화 콘텐트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소재들이 영문으로 소개되고 한류 스타 관련 뉴스는 거의 실시간 전달된다.       ‘한국 것’을 즐기는 층도 다양해진다. 젊은 층 중심에서 이제는 그들의 부모 세대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필자의 최근 경험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는 듯하다. LA한인타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발레파킹했던 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1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다가오더니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 엄마가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여성을 가리켰다. 얼떨결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답이 돌아왔다. 10대 여학생이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중년 여성이 한국어를 배운다니 호기심이 생겼다. “왜 배우느냐”고 물었더니 K드라마 팬이란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 차가 먼저 오는 바람에 짧은 인터뷰를 마쳐야 했다.  ‘K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경제적 발전과 문화 콘텐트의 영향력 확대는 자긍심으로 이어진다. 이제 한국에서 ‘문화 사대주의’ 운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자긍심이 지나쳐 소위 ‘국뽕’의 단계까지 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국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 별것 아닌 일에도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게 그런 예다. 맹목적 믿음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 시장은 세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워낙 다양하고 우수한 선수들이 뛰는 곳이다 보니 순식간에 판도가 바뀌곤 한다. 반면에 고객의 충성도 역시 높다. 한 번 마음에 들면 웬만해선 다른 것으로 바꾸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K푸드’의 현주소를 확인해 보자. K푸드의 인기가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은 다른 유명 아시아 음식에 뒤진다. 중국,일본,베트남,태국 등 아시아계 음식의 선두 주자들이 먼저 미국 시장 개척에 나섰기 때문이다. 단순히 식당 숫자로만 봐도 한식당은 아직 열세다. 경제정보 전문 업체인  렌텍 디지털의 자료에 따르면 미 전국에 중국 식당은 3만5000여개나 된다. 이어 1만8000여개인 일식당이 두 번째로 많다. 이어 1만500여개인 태국 식당, 6500여개의 베트남 식당이 뒤를 잇고 있다. 반면 한식당은 5200여개로 집계됐다.   ‘K의 인기’가 지속하려면 생명력이 필요하다. 분화만 해서는 생존 기간이 짧아질 우려가 있다. 누군가 내게 “‘K’를 관통하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우둔한 탓인지 몰라도 ‘한국 것임을 의미한다’는 답 정도가 고작일 듯하다. 분명 현상은 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답답함이라니.  김동필 / 논설 실장뉴스 포커스 스타일 강남 강남 스타일 한국 노래 한국 제품

2024-05-30

[이 아침에] ‘오빤 강남 스타일’을 신고해야 하나?

밤 10시가 넘었다. 별은 총총히 빛나는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이어 웃음소리와 시끄러운 음악은 계속 들렸다. 이사 온 지 두어 달 된 길 건너 집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파티는 곧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잠을 자려고 했지만 요란한 음악이 귀에 거슬렸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우리 집 길가도 주차된 차로 복잡했다.     ‘그래 이사 와서 처음 하는 파티 같으니까, 9시까지는 참아 주자’하고 속으로 다짐했다. 9시가 넘었다. ‘늦은 밤이니까, 10시면 끝날 거야. 끝나겠지’하며 기다렸지만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화가 나서 911에 전화하려는데 난데없이 한국말이 들렸다. 오빤 강남스타일. 성능 좋은 스피커를 통해 ‘오빤 강남 스타일’ 노래가 잡음 없이 들렸다. 곧 말춤을 추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싸이가 보이는 듯했다. 911 오퍼레이터가 “어떤 응급상황이죠?”하고 “지금 무슨 노래가 나오냐?”라고 물을 때 싸이의 ‘오빤 강남 스타일’이라고 할 순 없었다.     국가 기밀을 파는 것도 아니고 법에 저촉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헤이. 섹시 레이디. 오빤, 오빤 강남 스타일’을 노래하며 열심히 말춤을 추는, 2012년에 빌보드 핫 100에 2위를 7주씩이나 한 싸이를 고발할 순 없었다. 더욱이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가진 나이기에 참아야 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이 경우에는 911이 아니라 차라리 동네 경찰서로 직접 전화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하긴 어차피 동네 경찰이 출동할 것이니, 그것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동네 경찰서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찾고 있는데 10시 반이 넘었다.   순간 요즘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렸다. 이 시간이 아직 초저녁인 딸아이에게 지금 나오는 노래는 누가 부르냐고 물었더니, BTS라고 했다. “뭐라고?”에 이어 “나 원 참” 소리가 절로 나오며 말을 잃었다.     전화 걸던 나의 손이 멈칫하자, 남편이 BTS는 누구냐고 물었다. 난 꽃보다 더 아름다운 아들뻘 되는 아이돌 스타의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 가수들이라고 했다.   남편이 기가 막혀 하는 얼굴을 하면서 옆에 앉았다. BTS, 방탄소년단은 2018년에 LOVE YOURSELF 轉 ‘Tear’를 발매해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했으며, 또한 한국 음악 그룹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한 그룹이다. 한류가 대세는 대세다.   어느덧 11시가 되었다. 911 오퍼레이터에게 ‘BTS’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우린 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니 기다려야만 했다. 누가 전화했는지, 드디어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스피커로 파티가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음악이 멈추자, 소란하던 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미국에서 산 연수가 한국의 두 배가 넘는 나와 아주 어려서 한국을 떠난 1.5세 남편. 우리의 두고 온 조국 대한민국을 향한 애국심을 테스트한 날이었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스타일 강남 강남 스타일 동네 경찰서 한국 음악

2022-05-23

[이 아침에] ‘오빤 강남 스타일’을 신고해야 하나?

밤 10시가 넘었다. 별은 총총히 빛나는데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이어 웃음소리와 시끄러운 음악은 계속 들렸다. 이사 온 지 두어 달 된 길 건너 집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초저녁부터 시작된 파티는 곧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잠을 자려고 했지만 요란한 음악이 귀에 거슬렸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우리 집 길가도 주차된 차로 복잡했다.     ‘그래 이사 와서 처음 하는 파티 같으니까, 9시까지는 참아 주자’하고 속으로 다짐했다. 9시가 넘었다. ‘늦은 밤이니까, 10시면 끝날 거야. 끝나겠지’하며 기다렸지만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화가 나서 911에 전화하려는데 난데없이 한국말이 들렸다. 오빤 강남스타일. 성능 좋은 스피커를 통해 ‘오빤 강남 스타일’ 노래가 잡음 없이 들렸다. 곧 말춤을 추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싸이가 보이는 듯했다. 911 오퍼레이터가 “어떤 응급상황이죠?”하고 “지금 무슨 노래가 나오냐?”라고 물을 때 싸이의 ‘오빤 강남 스타일’이라고 할 순 없었다.     국가 기밀을 파는 것도 아니고 법에 저촉되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헤이. 섹시 레이디. 오빤, 오빤 강남 스타일’을 노래하며 열심히 말춤을 추는, 2012년에 빌보드 핫 100에 2위를 7주씩이나 한 싸이를 고발할 순 없었다. 더욱이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가진 나이기에 참아야 했다.   옆에 있던 남편이 이 경우에는 911이 아니라 차라리 동네 경찰서로 직접 전화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 하긴 어차피 동네 경찰이 출동할 것이니, 그것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동네 경찰서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찾고 있는데 10시 반이 넘었다.     순간 요즘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이 들렸다. 이 시간이 아직 초저녁인 딸아이에게 지금 나오는 노래는 누가 부르냐고 물었더니, BTS라고 했다. “뭐라고?”에 이어 “나 원 참” 소리가 절로 나오며 말을 잃었다.     전화 걸던 나의 손이 멈칫하자, 남편이 BTS는 누구냐고 물었다. 난 꽃보다 더 아름다운 아들뻘 되는 아이돌 스타의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 가수들이라고 했다.     남편이 기가 막혀 하는 얼굴을 하면서 옆에 앉았다. BTS, 방탄소년단은 2018년에 LOVE YOURSELF 轉 ‘Tear’를 발매해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했으며, 또한 한국 음악 그룹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기도 한 그룹이다. 한류가 대세는 대세다.   어느덧 11시가 되었다. 911 오퍼레이터에게 ‘BTS’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우린 이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니 기다려야만 했다. 누가 전화했는지, 드디어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스피커로 파티가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음악이 멈추자, 소란하던 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미국에서 산 연수가 한국의 두 배가 넘는 나와 아주 어려서 한국을 떠난 1.5세 남편. 우리의 두고 온 조국 대한민국을 향한 애국심을 테스트한 날이었다. 이리나 / 수필가이 아침에 스타일 강남 강남 스타일 동네 경찰서 한국 음악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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